호형이네 집

엊그제 발렌타인데이 전날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가은이가 발렌타인데이에 가족중 남자한테 쵸코렛을 줘야 한다고 해서 마트에 갔다. 아빠도 대상이니까 보면 안된다고 해서 나는 다른 장을 보고 가은이는 엄마와 함께 쵸코렛을 샀다. 할아버지께 제일 크고, 그다음 삼촌과 아빠, 성호꺼는 좀 작은 쵸콜렛이 봉지에 들어있었다.

집에 오는 차안에서 가은이가 할아버지 쵸코렛을 신나게 들어보이면서 말했다 “엄마아빠, 할아버지꺼가 젤 커요.. 왜그런지 알아요?”

“글쎄.. 왜 할아버지께 젤 커?” 나는 당연히 할아버지가 좋아서~ 이런 대답을 예상하며 물어봤다. 하지만 가은이 입에서 나온 대답에 소정이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 응.. 할아버지가 제일 빨리 돌아가실거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왜 그렇게 생각했냐며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호통치듯이 물었더니 조심조심 먼가 잘못된걸 알긴 알았는데 이해를 못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왜 안되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가은이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마땅히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걸 어린 가은이에게 이해시키는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가은이 생각으론, 할아버지 할머니가 당신들 입으로도 얼마 못사신다고 말씀하시는걸 자주 들었고, 그걸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게 잘못된 거라는걸 이해하지 못했다. 소정이와 내가 한참을 설명했지만 순수한 가은이를 이해시키는덴 부족한듯 했다.

너무 당연해서 의심조차 안했던 일이 한순간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로 둔갑하는 걸 절감했던 하루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