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이네 집

오전에 3층으로 올라갈 때 가은이가 챙기는 게 4개 있다. 토끼, 뿡뿡이, 곰, 멍멍이. 
토끼와 뿡뿡이는 EBS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으로 한 20내지 30센티 정도 되고 곰은 가은이 만한 키에 옆면적은 가은이보다 크다. 멍멍이는 지난 해 어린이날 선물로 사 준 엄마 선물. 
처음엔 이 네마리에 가은이까지 같이 안고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는데 요즘엔 너무 힘들어서 
가은이 먼저, 그리고 갖다 달라고 조르면 인형을 갖다주고 아니면 모른척 그냥 내려온다. 
오늘 아침에도 3층으로 올라가자 하니까. ‘토끼~~’하고 뒤를 길게 뺀다. 
토끼를 한 번 쳐다본 나는 ‘먼저 가은이랑 엄마랑 가고 엄마가 나중에 토끼 갖다 줄게.’했다. 
그러자 가은이는 조금 속상하지만 수긍하는 표정으로 내 목에 매달려서 ‘(까치를 보고)까치, 깍깍. (아저씨를 보고) 아자씨, 아길래용. 아길래용’을 연신하면서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갔다. 
그 뒤 1시간 동안 노래방, 아침겸 점심 식사, 바둑알 놀이를 하던 가은이는 어느 새 인형에 대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거 같았다. 
그런데 내가 ‘그럼 가은아, 엄마 내려간다.’ 하고 말하자 할아버지 앞으로 바둑알을 살짝 던지더니 
나한테 뛰어와서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로 허리를 까닥까닥 하면서 
‘엄마야, 토끼~~’하는 거다. 
내가 내려가야 토끼가 올라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으, 우리 가은이는 아침에 할머니가 ‘가은아 할머니가 까까 사올께.’ 
하고 가면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없이 놀다가도 할머니가 밤 10시쯤 귀가하시는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뛰어가서 ‘할미, 까까.’ 한다.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기억력이 뛰어난건지… 궁금하다. 

토끼를 가져다 주고 앉아있는데 할아버지가 내려오셨다. ‘가은이가 두더쥐 달란다.(동화책)’ 하시면서…….

–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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