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이네 집

할아버지 눈에는 엄마 아빠 하는 게 영 성이 차지 않으신듯(뭐, 아주 냉담한 부모들이긴 하지만) 늘 ‘복에 넘치게 예쁘고 영리한 아이를 낳았으니 잘 좀 키우라’ 하신다. 
우리 가은이가 부모랑 있을 때 더 보채고 더 많이 다치는 게 너무 안쓰러우신 거 같다. 
하지만 요즘 할아버지가 의아해 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리 엉망으로 봐주는 엄마 아빠를 가은이가 요즘 부쩍 찾는다는 것. 
엇 저녁에도 자던 가은이가(어쩌다보니 가장 구석에서 자게됐는데) 갑자기 일어나더니 ‘아빠, 아빠’ 하며 아빠를 찾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아빠한테 기어가서 그 품에 파고들어 자는 거다. 
오늘 낮에는 택배가 와서 내가 ‘여기에요’하고 뛰어나가자 3층에서 엄마 목소리를 들은 가은이가 창문에 대고 ‘엄마, 엄마, 엄마’를 외쳐대서 뛰어올라갔더니 내 목을 잡고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해대고 연신 안겨오는 게 아닌가. 
그랬더니 할아버지 왈 ‘고슴도치도 지 엄마는 이쁜가 보다’ 하신다. 
음, 반대로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할아버지 눈에는 이쁜 딸과 미운 고슴도치 부모처럼 보이는 갑따.

–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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